제1강 백부장의 신앙(1)

"백부장은 "말씀 한 마디만 하십시오. 내 수하에도 군인들이 있어서 내 말 한 마디면 그 말의 타당성 여부를 논하지 않고 순종합니다. 그들은 '가만히 계십시오. 천천히 하겠습니다' 하고 이렇게 대꾸도 않습니다. 그 자리에서 움직입니다. 나는 일개의 백부장에 불과한데도 내 수하들이 그렇게 합니다. 나는 이 권력을 어디서 받았느냐하면 위에서 받았습니다. 그런고로 나도 권력 아래 있는 사람입니다. 즉 위에서 권력으로 명령을 내려서 내게 오므로 나도 합니다. 이같이 명령 일하에 움직이는 이런 사실이 인간계에도 있거든 하물며 병이나 사람의 마음 상태나 혹은 자연계의 상태에 대해서까지 명령 일하에 움직일 수 있게 하는 당신에게는 말 한 마디면 족하지 않습니까?" 하고 물었던 것입니다." 예수께서 병이나 사람의 마음 상태나 혹은 자연계의 상태에 대해서 명령 일하에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일상을 살아가도록 가르치시고 인도하시길 기도합니다.

"이것은 무슨 사상입니까? 예수 그리스도를 신으로 본 사상입니다." "신앙의 대상에 대한 개념이 정당하게 구성된 것입니다. 이처럼 구원의 신앙은 언제든지 신앙의 대상에 대한 개념이 바로 서야 합니다." "그 대상에 대한 지적 요소(notitia)를 바르게 가져야겠다고 생각지 않는다면 큰 문제입니다. 내게 정의적(情意的, 감정이나 의지에 관한 것) 요소가 아무리 있다 해도 또 내가 아무리 의지를 잘해도 의지하는 그 분에 대한 나의 개념이 부정당할 때는 그 신앙은 부정당한 것입니다. 이와 같이 신앙의 자태라는 면에서 볼 때 이 백부장은 구원의 신앙으로서의 개념을 명확하게 가지고 있었습니다." "보고 느끼고 생각한 그대로 강경 직행(强勁 直行, 굳셀 강, 굳셀 경, 곧을 직, 갈 행, 강경 : 양보나 굽힘이 없이 힘있고 꿋꿋함, 직행 : 중간에 머무르거나 어떤 곳을 들르지 않고 목적지로 바로 감)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이러한 신앙이 항상 우리에게도 필요한 것입니다." ""예수님이 이렇게 하셨다더라 저렇게 하셨다더라" 하는 소문은 들었을 것입니다. 그 소문을 듣고 이렇게 믿은 것입니다. 그런 것을 듣고도 이렇게 위대한 신 개념의 결론에 도달했다면, 필시 그에게는 신에 대한 바르고 풍요한 기초적 지식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왜냐하면 신 개념이라는 것은 백지 같은 상태에세 갑자기 충만한 상태로 변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자라나는 것입니다. 희미한 데서 차츰차츰 밝은 데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신으로 보게 하시고, 예수께 대한 지적 요소를 늘 바르고 풍요하게 가지게 하시며, 차츰차츰 자라나 충만한 데에 이르도록 하시고, 구원의 신앙을 가지고 그대로 강경 직행하도록, 성신께서 가르치시고 인도하여 주시길 기도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가 종의 생명과 건강에 대해서 마음 가운데 깊은 슬픔을 가지고 그 자신이 고통을 덜어 주었으면 하는 그런 간절한 박애심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을 보시고 그것을 들어주신 것입니다. 말하자면 백부장의 마음 가운데는 그를 존중히 여기는 사랑 곧 '그의 생명의 존귀성은 내 생명의 존귀성과 마찬가지다' 하는 이런 아름다운 거룩한 휴머니즘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거룩한 휴머니즘이 일상 속에서 나타나, 구원 신앙을 실증하는 나날이 되도록 가르치시고 인도하여 주시길 기도합니다.

"무릇 하나님에 대한 바른 관념이라는 것은 언제든지 하나님께서 계시한 기초를 바로 붙드는 데서부터 시작합니다. 아무 생각도 없는 평지에서 갑자기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이시다' 하는 것을 완전히 순식간에 구성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먼저 일반 계시, 곧 자연 계시에서부터 하나님에 대한 바른 상념을 가지기 시작해야 하는 것입니다." "내가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상념을 가질 때 우주론(cosmology)이나 역사론(historiology)은 나에게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되는 것입니다. 즉 역사의 진행을 볼 때, 도덕적인 규율을 볼 때, 또는 모든 것이 어떤 목표를 향해서 진행한다는 목적론(teleology)이라는 것을 볼 때, 혹은 존재 즉 본체론(ontology)을 생각할 때, 우리는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이 모든 논증으로부터 과연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가를 생각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백부장이 이렇게 '어떤 하나님인가'를 생각해 나갈 때 결정적으로 그에게 하나님에 대한 바른 관념을 제시하는 것은 이왕에 있었던 하나님의 계시입니다. 이것이 구약입니다. 예수님이 오시기까지 그 당시 히브리 사람들에게 있어서 특별 계시의 충만한 집성은 구약이었습니다. 그러므로 그것을 그가 틈틈이 배우고 읽고 보고 한 데서 비로소 그는 어떠한 하나님이신가를 발견한 것입니다." "구약에 있는 신론은 어떤 신을 말하느냐? 무엇보다도 첫째 하나님은 인격자시다. 둘째 하나님은 주 곧 주재(主宰, 주인 주, 벼슬아치 재, 어떤 일을 중심이 되어 맡아 처리함. 또는 그 사람)이시다. 셋째 하나님은 역사의 과정에서 역사를 운영하시는 분이시다 하는 것입니다. 적어도 여기에 대한 명확한 관념이 백부장에게 있었던 까닭에 그는 예수님께 대해서 "당신이 그분입니다" 하고 이야기했던 것입니다. "그분이 어떻게 내 집에 오시겠습니까? 내가 어떻게 그분 앞에 나아가겠습니까? 신령계에 있는 세력이든 물질계에 있는 세력이든 또는 사람의 신체를 지배하는 세력이든 무엇이 되었든지 당신의 말씀 한 마디면 족합니다."" "그는 예수님이 병을 고쳐 주신 이야기나 물로 포도주를 만든 이야기를 들었을 것입니다. 또 아마 왕의 신하가 가나까지 가서 예수님께 청하여 가버나움에 있는 자기 아들의 병이 나았다는 이야기를 했을 터인데, 백부장도 그 사회 계층의 한 사람이었으므로 이것을 들었을 것입니다. '아하, 백 리 밖의 그 산 속에 계시면서 말 한 마디로 낫게 하셨구나! 그러면 그는 누구신가? 이 세상에 누가 그렇게 할 수 있는가?'" 하나님에 대하여 바르게 알지 못하는 무지함과 어리석음을 불쌍히 여기시고, 일상 속에서, 책을 통해서, 그리고 말씀을 통해서 또 그 말씀을 바르게 해명한 설교를 통해서 하나님을 점점 알아가도록 가르치시고 깨닫게 하시며 바르게 인도하여 주시길 기도합니다.

"거룩하신 아버지시여, 오늘 이 백부장의 신앙에 대해서 저희들이 생각해 보면 볼수록 그는 참 기이한 큰 신앙을 가진 사람으로서 주께서 과연 기이히 여기실 만한 위대한 신앙을 가진 것을 알겠나이다. 그러한 신앙은 일조 일석(一朝一夕, 하루아침이나 하루 저녁이라는 뜻으로, 짧은 시일을 이르는 말)에 생긴 것이 아니고 차츰차츰 자라서 그런 높은 곳에 이르렀을 것이며, 우리 주님에 관한 소문을 들었을 때 또는 우리 주님께서 하신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는 민감하게 '주님은 어떤 분이신가'를 생각했을 것이옵니다. 주님, 주님께서 그의 집을 향해서 가시려고 하실 때, 아마 그의 집에서 상거(相距, 서로 떨어진 거리나 시간)가 멀지 않으셨을 때 사람을 보내서 감히 송구해서 자기 집에 모실 수가 없고 자기도 감히 그 앞에 나아갈 수 없다는 가장 숭엄한 바른 고백을 하게 된 것이로소이다. 주님, 참으로 이러한 신앙을 주께서는 기이히 여기셨는데, 오늘날 저희들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기이하게 여겨집니다. 그리고 신앙이 이렇게 기이한 상태를 이루어야 구원의 신앙의 큰 자태인 줄 아나이다. 저희의 신앙도 이렇게 기이한 지경까지 장성해 올라가고 있사온지, 저희도 기이한 신앙의 소유자들인지 주께서 감찰하시고, 불쌍히 여기사 깨닫게 하시고 깨우쳐 주시옵소서. 어떻게 백부장은 이와 같은 기이한 신앙을 그 빈약한 재료를 가지고서라도 얻었겠사옵나이까? 바쁜 군무(軍務, 군인으로서 군대에 복무하는 일)에 있으면서 어떻게 그는 이와 같은 훌륭한 신앙의 경지에 도달했겠나이까? 주님, 우리들이 늘 바쁘다고 할지라도 결국 우리들도 백부장과 같은 그런 기이한 신앙의 경지에 올라가야만 될 것을 절실하게 느끼옵나이다. 주께서 저희들을 통해서 큰 일을 하시고자 하실 때에는 이런 기이한 신앙의 소유자들을 쓰시는 줄 믿나이다. 신앙이 이렇게 철저하고 기이하지 않고서는 저희가 주님의 그릇이 될 만한 아무런 자격이 없는 것을 또한 느끼나이다. 주님이여, 저희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긍휼히 여기시사 저희의 신앙이 참으로 더욱 고결하고 위대하여서 기이한 경지에 도달케 깨우쳐 주시고 그 길을 가르쳐 주시옵소서. 주님, 저희들의 모든 것을 맡아 주관하시고 저희들의 사정을 일일이 다 하감(下瞰, 아래 하, 볼 감, 높은 데서 내려다봄)하시며 저희들의 생활의 필요를 주께서 지탱하시고 건강을 주시며, 저희 교우들 하나하나를 다 보호하시옵소서. 동경에 있는 저희 교회의 교우들도 다 주님이 보호하시고, 성신님이 저희들을 세우시사 이 시대에 기이한 그릇들로 쓰시고자 하시는 이 큰 뜻을 다 각성하게 하시고, 거룩되게 하시며 능력 있게 하시옵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하옵나이다. 아멘. 1968.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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